술문제로 가족, 직장과 돈까지 모두 잃어버리신 어떤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술 때문에 모든것을 잃어버렸다. 이제 술은 쳐다보기 조차도 싫어진다. 매일을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했는데 어느 순간 내 손에 소주가 들려져 있었다. 어떻게 술을 손에 들고있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알콜의존은 그 만큼 무서운 병입니다. 의지만 가지고 이겨내기 힘들고, 혼자서 이겨내기도 힘든 병입니다. 먼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해야하고 술을 끊는단 생각에 사로잡히기 보다 오히려 자신이 온힘을 다해 몰두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더 좋습니다.
우리는 흔히 술을 자주 마시면 알코올‘중독’이란 말을 많이 씁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알코올의존이나 알코올 남용이란 용어가 맞습니다. 보통 병원에 오시면 술을 얼마나 마셔야 알코올의존인가 궁금해 하시는데 마시는 양이 문제라기보다는 음주행동을 조절하기 어려운 병이 알코올 의존입니다. 직장일이 힘들고 건강 때문에 덜 마셔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술을 줄이거나 끊지 못한다면 알코올의존을 의심해야 합니다. 갑작스런 폭음이나 지속적인 음주 모두 뇌의 변화를 가져와 술을 마시고자 하는 욕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음주 행동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주 증상은 ‘술을 끊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입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우가 일어난다면 알코올 의존을 의심합니다.
1) 모임이나 회식자리가 아닌 혼자서 하는 음주.
2) 술을 마신후의 즐거움이나 괴로운 일상에서 벗어나는 해방감등을 느끼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양의 술을 음주.
3) 가족이나 직장에서 술로 인해서 결근, 가정불화등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경우.
4) 음주 후 성격이 변하거나 폭력적 태도를 보여 대인관계의 문제가 발생.
5) 식사를 거르거나 제대로 먹지 않고 음주를 지속.
6) 주위 탓을 하면서 스스로 술을 마실 구실을 계속해서 만듬.
7) 술로 인해서 법적, 사회적 또는 경제적 문제가 생기는데도 계속 술을 마심.
8) 간경화나 기타 건강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술을 마심.
9) 술을 끊어 보려고 해도 떨림, 불면, 불안, 예민함, 구토와 같은 금단 증상이 나타남.
10) 술을 마신 다음 날 음주후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기억력 상실
술을 끊고 싶어도 금주이후 신체에 나타나는 금단 증상 때문에 혼자서는 술을 끊기가 어렵습니다.
술을 끊고 나서 생기는 금단 증상은 심한경우 술을 끊은 바로 다음날 나타나기도 하는데 대개 중단 후 3일째 되는 날 부터 심해 집니다. 알코올 금단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진전'이라고 하는 손떨림과 발한(땀)
2) 여러 가지 불안증상과 수면장애
3) 심박수의 증가, 혈압증가, 식사를 못할 정도의 위장장애
4) 심한 경우 헛것이 보이기도 하고 몸에 벌래가 기어다니는 듯한 환촉
5) 경련발작
결국 견디기가 힘이 들어 다시 음주를 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시 음주를 하면 금단 증상은 사라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 더 술에 의존하게 되고 나중에는 더 큰 금단증상을 경험하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 합니다.
금단 증상은 혼자의 의지로는 이겨내기 힘이 들고 약물 치료를 꼭 받아야 합니다. 자신은 ‘정신병자’가 아닌데 왜 정신과에 가는냐면서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시는 분도 있지만 술 보다는 그래도 약을 드시는 게 낫습니다.
흔히 병원에 오셔서 술 끊는약을 달라고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 약이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술 생각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약은 없습니다. 다만 본인의 의지가 있다면 알코올에 대한 갈망을 줄여주는 항갈망제라는 효과적인 약은 나와 있습니다. 나머지는 지속적인 상담을 통한 일상 습관의 변화,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자세, 술과 관련된 환경의 변화등를 끊임없이 시도해야 합니다. 알코올 의존이 분명한데도 심한 경우는 술을 끊을 필요를 못 느끼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우울증이나 기타 환경적인 요인으로 자포자기 상태는 아닌지 파악하고 이에 대해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